Storyline

바다 위, 절망 속에 피어나는 자유를 향한 칼날 –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1992년, 한국 영화계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등장한 홍기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선다. 80년대 영화 운동을 이끌었던 홍기선 감독의 현실 비판적 시선과 리얼리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제13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과 제2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 조재현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감독 본인 또한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을 거머쥐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원명희 작가의 소설 『먹이사슬』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되는 현대판 노예선의 비극을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영화는 배 일자리를 찾아 목포에 온 청년 재호(조재현 분)가 악덕 소개업자의 긑에 걸려 새우잡이배에 오르게 되면서 시작된다. 망망대해 위 '멍텅구리배'라 불리는 무동력선에 갇힌 재호는 15세 가출 소년, 고령의 천씨, 속아서 끌려온 길재, 그리고 전과자 정복춘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과 함께 현대판 노예 생활을 강요당한다. 고된 노동과 폭력 속에서 길재가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절망적인 상황은 계속된다. 재호 역시 동력선을 이용한 탈출을 꾀하지만 정복춘의 배신으로 무위에 그치고, 이후 사공에게 비굴하게 행동하며 생존 전략을 바꾼다. 이러한 재호의 변화는 소년과 달수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지만, 이는 그가 더욱 치밀한 탈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위장이었다. 마침내 선원들을 모아 공동 탈출을 제안하는 재호. 그러나 자유를 향한 희망의 돛을 올리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어두운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는데…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는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어둡고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영화다. 홍기선 감독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과 착취의 현실을 은유 없이 직시하며, 인간의 욕망과 배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는 자유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배우 조재현은 절망 속에서 변모해가는 재호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이 영화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를 증명한다. 약자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려 했던 故 홍기선 감독의 묵직한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 본연의 투쟁을 담아낸 이 영화는,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작품으로서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92-11-07

배우 (Cast)
러닝타임

98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영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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