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은밀한 시선, 욕망의 미로 속으로: 영화 '슬리버' 다시 보기

1990년대 스릴러 영화의 황금기를 논할 때, 샤론 스톤의 이름은 언제나 뜨겁게 회자됩니다. <원초적 본능>으로 전 세계를 매혹시킨 그녀가 곧바로 선택한 차기작, 필립 노이스 감독의 <슬리버>는 관음증과 욕망, 그리고 미스터리가 뒤섞인 도시의 밤을 탐닉하는 에로틱 스릴러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평단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영화는 90년대 특유의 퇴폐미와 함께 시대를 앞선 '감시'라는 주제를 다룬 수작으로 재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호화로운 뉴욕 고층 아파트에 드리워진 어둠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은밀한 유혹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오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칼리 노리스(샤론 스톤)는 전망 좋은 고급 아파트 '슬리버'로 이사 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삶은 시작부터 불길한 그림자로 덮입니다. 전 입주자의 의문의 투신자살 소식을 듣게 되고, 자신과 흡사한 그녀가 이 건물에서 세 번째로 사망한 인물이라는 사실에 칼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여기에 친절했던 이웃 거스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슬리버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웁니다. 칼리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남자, 매력적인 지크(윌리엄 볼드윈)와 능글맞은 작가 잭(톰 베린저)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들의 접근은 칼리의 삶을 더욱 예측 불가능한 미궁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칼리는 과연 이 미스터리한 아파트의 비밀과 그 안에 숨겨진 위험한 진실을 파헤치고, 자신을 둘러싼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슬리버>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섭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에 깊이 자리한 관음과 피관음의 욕망,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감시 문화'라는 섬뜩한 주제를 90년대적 감성으로 풀어냅니다. 샤론 스톤은 <원초적 본능>에서 보여준 강렬한 팜므파탈과는 또 다른, 연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칼리 노리스 역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감을 더합니다. 당시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역할이 이전보다 수동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설정이 관음증의 희생양이자 동시에 관음의 주체로 변모해가는 칼리의 심리적 변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음울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돋보이는 <슬리버>는 스릴러 장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심화된 현대 사회의 감시 문제를 예측한 선구적인 시선까지 엿볼 수 있어, 잊혀지지 않는 잔상을 남길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필립 노이스

장르 (Genre)

스릴러

개봉일 (Release)

1993-08-14

러닝타임

106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미국

제작/배급

파라마운트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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