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기억을 지운 사랑, 혹은 파멸의 환상곡: <러브 러브>

1998년, 한국 영화계에 강렬하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서군 감독의 데뷔작 <러브 러브>입니다. 당시 스물세 살의 나이로 한국 최연소 여성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등장한 이서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사랑과 파멸의 서사를 실험적인 영상 미학 속에 담아냈습니다. 단순한 멜로드라마의 범주를 넘어, 관습을 파괴하는 과감한 시도들로 채워진 <러브 러브>는 개봉 당시의 IMF 외환 위기 속에서도 평단과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시대를 앞서간 작품으로 회자되곤 합니다. 배우 이지은과 안재욱이 주연을 맡아, 그들이 선보이는 파격적인 변신과 캐릭터의 심연을 탐구하는 연기는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영화는 스물여섯 살의 살인청부업자 나나(이지은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중국으로 떠나는 것을 꿈꾸는 그녀는 무자비하면서도 묘하게 천진난만한 매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어느 날, 나나에게 첫눈에 반한 만화가 조한(안재욱 분)은 지극히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으로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조한은 나나를 자신의 만화를 완성하기 위한 모델로 여기며, 그녀를 영원히 곁에 두기 위해 은밀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그는 나나에게 '기억 캡슐'이라는 약물을 몰래 먹여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습니다. 기억을 잃고 정체성마저 상실한 채 혼란에 빠진 나나. 하지만 조한의 광기 어린 소유욕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기억의 조작이라는 거대한 비극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맹목적인 사랑과 잔혹한 배신, 그리고 기억 상실이 엮어내는 이 기묘한 관계 속에서 나나는 자신의 존재를 찾아 헤매고, 조한은 자신이 만든 환상에 갇히게 됩니다.

<러브 러브>는 단순히 멜로/로맨스 장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멜로, 드라마는 물론 범죄, 미스터리, 판타지, 액션 요소를 넘나들며 독특한 장르적 융합을 선보이는 작품입니다. 이서군 감독은 기억과 이미지,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감각적인 영상 언어로 풀어냅니다. 과감한 색채 사용, 잦은 필터 교체, 그리고 실험적인 필름 효과는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았으며, 이 영화가 지닌 퇴색되지 않는 매력이자 시대를 앞선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한국 영화의 실험 정신과 여성 감독의 신선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러브 러브>는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겉모습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긴 파격적인 서사와 영상 미학을 통해 사랑과 집착, 그리고 기억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신의 감각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멜로/로맨스,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8-01-24

배우 (Cast)
러닝타임

89분

연령등급

18세미만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박철수필름

Reviews & Comments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