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도 1994
Storyline
"시간과 성별의 경계를 넘어선 매혹적인 초상: 올란도"
1993년 개봉한 샐리 포터 감독의 영화 <올란도>는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한 사유와 파격적인 미학으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특히 주연을 맡은 틸다 스윈튼은 남성과 여성을 오가는 올란도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독보적인 아우라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시간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관습적인 영화 문법을 거부하고 관객과의 능동적인 소통을 유도하는 샐리 포터 감독의 예술적 비전이 응축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총애를 받는 젊은 귀족 올란도(틸다 스윈튼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여왕은 올란도의 빼어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에게 저택을 하사하며, '시들지도, 죽지도, 자라지도 말라'는 신비로운 명을 남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란도는 여왕의 말대로 4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는 여러 시대를 거치며 사랑과 상실, 문학과 정치 등 다양한 삶의 단면들을 경험하고, 어느 날 갑자기 여성으로 성이 바뀌는 충격적인 변화를 맞이합니다. 여성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올란도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회의 편견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변모하는 올란도의 삶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되는 역할과 기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궁극적으로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게 만듭니다.
샐리 포터 감독은 버지니아 울프의 난해한 원작 소설을 아름다운 영상미와 독창적인 연출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화는 때때로 올란도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관객을 단순히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것을 넘어 영화의 메시지를 주체적으로 사유하게 합니다. 또한, 남성 배우 쿠엔틴 크리스프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연기하는 파격적인 캐스팅은 성(性)의 경계에 대한 영화의 핵심 주제를 더욱 강화합니다. <올란도>는 개봉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현대 사회에 유효한 질문들을 던지며, 정형화된 아름다움과 정체성의 정의에 도전합니다. 예술성과 사유의 깊이를 겸비한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시간을 초월한 올란도의 여정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되돌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틸다 스윈튼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샐리 포터 감독의 과감한 연출이 만들어낸 이 시대를 앞서간 걸작을 꼭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