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시간의 재, 가슴에 남은 사랑의 잔상 –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

왕가위 감독의 영화 세계는 늘 우리를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이끌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1994년 개봉작이자 2008년 리덕스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동사서독'(Ashes Of Time)은 무협이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은 가슴 저미는 사랑과 상실, 그리고 고독의 서사를 황량한 사막 위에 펼쳐 보인 예술 영화에 가깝습니다. 임청하, 장국영, 장만옥, 양조위 등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당대 최고 스타들의 초호화 캐스팅만으로도 이미 전설이 된 이 영화는 감독 특유의 영상미와 철학적 사유가 깊이 녹아들어 무협의 경계를 넘어선 멜로드라마 또는 홍콩 누아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광활한 백타산의 원주민 구양봉은 유명한 검객이 되기 위한 꿈과 사랑하는 여인 사이에서 무사의 길을 택하고 고향을 떠납니다. 결국 그의 여인은 형과 결혼하게 되고, 10년 후 그는 냉소와 돈벌이만 아는 사막의 객잔 주인으로 변모합니다. 이곳은 세상의 모든 비극적인 인연들이 모여드는 고독한 정거장과 같습니다. 구양봉의 오랜 친구 황약사는 사랑에 대한 쓰디쓴 상처를 안고 도화림을 떠돌며, 한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의 부인과 불륜을 맺기도 한 복잡한 인물입니다. 1년 전, 황약사는 고소성 밖에서 모룡연이라는 남자와 친구가 되고 그의 여동생과 결혼을 약속하지만, 사실 모룡연은 사랑과 복수심에 갇힌 채 자신을 여동생 모룡언으로 가장한 이중적인 인물입니다. 이들의 엇갈린 인연과 운명은 마치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얽히고설키며, 모든 인물이 각자의 과거에 얽매여 방황하는 모습은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왕가위 감독만의 깊이 있는 해석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동사서독'은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선, 인간 내면의 깊은 상실감과 고독을 탐미하는 작품입니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시적인 대사, 그리고 진훈기, 로엘 A. 가르시아가 만들어낸 비극적이면서도 웅장한 영화 음악(특히 리덕스 버전에서는 첼리스트 요요마의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해졌습니다)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대중적인 무협 영화의 문법과는 거리가 멀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보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깁니다. 사랑, 이별, 그리고 시간에 바래져 가는 기억의 흔적들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동사서독'이 선사하는 아련하고도 강렬한 여운에 분명 매료될 것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무협 드라마가 아닌, 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으로 당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왕가위

장르 (Genre)

사극,액션

개봉일 (Release)

1995-11-18

러닝타임

100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홍콩

제작/배급

주요 스탭 (Staff)

왕가위 (각본) 두가풍 (촬영) 담가명 (편집) 진훈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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