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성시 1990
Storyline
폭풍 속 섬, 잊혀진 비극을 깨우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
1989년, 대만 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걸작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입니다. 이 작품은 대만 뉴웨이브 시네마의 상징이자, 1947년 대만을 뒤흔든 '2.28 사건'과 뒤이은 '백색 테러'라는 비극적인 현대사를 스크린에 처음으로 담아낸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제4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비정성시>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 오랫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대만인들의 아픔과 역사를 증언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의 기쁨을 맞이한 대만을 배경으로, 지룽의 유력 가문인 임아록(이천록 분)의 네 아들이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각기 다른 비극적인 운명을 겪는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첫째 문웅(진송용 분)은 가업인 식당을 이어받아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려 하지만, 시대의 혼란은 그를 밀수라는 위험한 세계로 이끌기도 합니다. 일본군 의관으로 출정했던 둘째 문상은 행방불명된 채 돌아오지 않고, 셋째 문량(가오 지 분)은 전쟁의 후유증과 불안정한 시대 상황 속에서 방황하며 어둠의 길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청각 장애와 언어 장애를 지닌 막내 문청(양조위 분)은 사진을 통해 세상을 기록하며, 지식인 오관영과 그의 누이 오관미(신수분 분)와의 만남을 통해 부패한 사회에 대한 개혁의 열망과 순수한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임씨 가문의 평범했던 일상은 2.28 사건으로 촉발된 광기 어린 폭력과 국가의 억압 속에서 산산조각 나기 시작하고, 이들의 삶은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예측할 수 없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비정성시>는 인위적인 드라마나 과도한 감정 표현 대신, 롱테이크와 정적인 숏을 통해 인물과 사건을 멀리서 관조하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 특유의 연출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직접적인 폭력 장면을 보여주기보다 라디오 뉴스, 등장인물의 대화, 일기 등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은유적으로 전달하며, 관객 스스로 역사의 아픔과 개인의 고통을 헤아리게 만듭니다. 특히 양조위 배우가 연기한 청각 장애인 문청은 말을 잃은 시대에 침묵으로 저항하고, 사진으로 진실을 기록하는 존재로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회복력을 섬세하게 그려낸 <비정성시>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역사의 질문을 던지며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묵직한 여운과 함께 진정한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관객에게 이 영화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Details
배우 (Cast)
러닝타임
15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대만
제작/배급
주요 스탭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