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 1981
Storyline
"백지수표가 부른 희비극: 1981년, 사라진 남자의 기묘한 여정"
김호선 감독의 1981년작 <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는 한국 영화사에 깊이 각인된 독특한 드라마입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비추며, 백지수표 한 장이 불러온 한 남자의 기묘한 실종 사건을 통해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블랙코미디적 상상력을 선보입니다. 송재호, 장미희, 최윤석, 최불암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개봉 당시 제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하며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영화는 평범한 효과맨 김종실(송재호 분)이 아랍계 콜라 회사의 광고 영화에 필요한 독특한 병마개 따는 소리를 개발해 백지수표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뜻밖의 횡재에 취해 잔뜩 들뜬 그는 축하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 그만 자신의 집이 아닌 이웃집 창녀의 아파트에 잘못 들어가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문까지 고장 나 하룻밤을 뜻하지 않게 그곳에서 보내게 된 종실. 한편, 남편의 갑작스러운 행방불명에 아내(장미희 분)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종실이 소지했던 백지수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의문을 쏟아내며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고, 경찰의 수사는 전국적으로 확대됩니다. 세상은 백지수표를 가진 채 사라진 남자를 추적하며 광기에 휩싸이고, 종실은 자신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과연 그는 이 거대한 오해와 오보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는 단순히 한 남자의 실종극을 넘어, 진실이 왜곡되고 소문이 사실을 압도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백지수표라는 욕망의 상징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매스컴의 무책임한 보도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급기야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지를 섬뜩하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은 사실이라도 사실이 아닌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들에게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송재호 배우의 섬세한 연기는 혼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김종실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공감을 자아냅니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보아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와 묵직한 여운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진실을 마주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수작입니다. 사회 비판적인 시선과 유머, 그리고 비극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고전으로서 놓쳐서는 안 될 필람작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81-11-20
배우 (Cast)
러닝타임
140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동아수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