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절망 속 한 줄기 빛, 소박한 영웅의 고집이 일궈낸 기적: <벌이 날다>

1999년, 한국과 타지키스탄의 두 감독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한 편의 영화가 전 세계 평단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서 만난 민병훈 감독과 잠셰드 우스모노프 감독이 공동 연출한 <벌이 날다>는 이탈리아 토리노 영화제에서 대상, 비평가상, 관객상을 휩쓸고 그리스 데살로니키 영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수작입니다. 1억 원 남짓의 소박한 예산으로 타지키스탄의 척박한 땅에서 흑백 필름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겉으로는 가난하고 간결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메시지와 순수한 시선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영화는 8년간의 내전으로 모든 것이 피폐해진 타지키스탄의 작은 시골 마을 아슈트를 배경으로 합니다. 전기도 물도 부족한 이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초등학교 교사 아노르는 '벌이 날다'라는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묵묵히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이야기는 늙은 부모를 버리던 옛 시절, 아버지를 사랑한 한 장군이 늙은 아버지의 지혜를 통해 거대한 위기를 극복하고 풍습을 바꾸는 내용입니다. 작은 벌의 날갯짓이 모두를 구할 것이라는 신념처럼, 아노르 또한 현실의 부조리에 맞서 작지만 강렬한 저항을 시작합니다. 마을의 부자가 자신의 담장 밑에 화장실을 만들고 아내를 희롱하자, 아노르는 법에 호소하지만 소용없자 전 재산을 털어 그 부자의 집 앞에 화장실을 파기 시작합니다. 이 고집스러운 행동은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과 검사의 협박으로 이어지지만, 아노르의 집념은 결국 200년 만에 마을의 우물을 다시 샘솟게 하는 기적을 불러옵니다.


<벌이 날다>는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순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한 인간의 우직한 저항이 어떻게 작은 기적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사회의 거창한 야심이나 계급적 강박 대신, 그저 사람의 순박한 내면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는 이 영화는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잔잔한 미소를 선사합니다. 타지키스탄의 아름답고도 메마른 풍광 속에서, 기술적인 미흡함마저 진심 어린 시선으로 보상하는 이 작품은 거대한 폭풍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작은 꿀벌처럼,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의 소중한 가치와 용기를 일깨워 줄 것입니다. 오래전 만들어진 영화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한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벌이 날다>를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9-12-24

배우 (Cast)

러닝타임

90분

연령등급

모두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민병훈필름

Reviews & Comments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