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1995
Storyline
세상의 종말 앞에서, 영혼을 불태우는 숭고한 약속: 희생
영화사의 위대한 거장 중 한 명이자,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유작 <희생>은 1986년 개봉 이후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영화 애호가와 평단에 깊은 성찰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그가 암 투병 중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에 투신하여 만들어낸 이 작품은 삶과 죽음, 믿음과 구원, 인류의 존재론적 질문을 시적인 영상 언어와 몽환적인 미장센으로 그려내며 진정한 예술가의 고뇌와 통찰을 담아냈습니다. 스웨덴의 명 촬영 감독 스벤 닉비스트의 유려한 카메라워크는 한 폭의 아름다운 추상화 같으면서도 깊은 상징으로 가득 찬 미학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1986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 그랑프리를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당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미션>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정도로 <희생>이 지닌 예술적 무게감은 압도적입니다.
유명 작가였으나 이제는 평온한 시골에서 정착해 사는 알렉산더(얼랜드 조셉슨 분)는 늦둥이 아들의 실어증으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죽은 나무에 물을 주며 언젠가 그 나무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전설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그의 생일날, 예기치 않게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화롭던 세상은 한순간에 공포와 혼돈에 휩싸입니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인류의 구원을 간절히 바라는 알렉산더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이 비극을 막아내기 위해 신에게 기적을 기도합니다. 그리고 신비로운 우체부 오토를 통해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있는 기이하고도 파격적인 비방을 듣게 됩니다. 과연 알렉산더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의 숭고한 희생은 인류에게 진정한 구원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희생>은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선 깊이 있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영화 속 알렉산더의 고민과 행동은 전쟁과 문명의 위기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와 믿음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종말의 시대에 인간이 '영적으로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앙이 닥쳤다고 말하며, 예술과 구원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합니다. 이 영화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혹은 절망적인 상황 속 한 남자의 고뇌와 망상일 수도 있습니다.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 스스로가 영화적 상징과 은유를 해석하고 사색하도록 이끄는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연출은 '시간을 조각한다'는 그의 철학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질 여운을 남깁니다. 롱테이크와 정교하게 계산된 미장센은 스크린을 압도하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영화의 비극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합니다. 이 영화는 인류의 구원을 위한 숭고한 믿음의 행위를 목도하고 싶은 관객, 또는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시적 영화 세계에 깊이 몰입하고 싶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넘어,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위대한 예술 작품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21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스웨덴,영국,프랑스
제작/배급
아르고스필름즈
주요 스탭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