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2022
Storyline
건물에 갇힌 시간, 삶의 층위를 오르다: 홍상수 감독의 '탑'
홍상수 감독의 스물여덟 번째 장편영화 '탑(WALK UP)'은 그의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다시 한번 견고히 쌓아 올린 작품입니다. 2022년 개봉작인 이 영화는 제47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고, 산 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일찍이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인생의 본질적인 수수께끼에 접근하는 방식이 이번에도 유효하게 작용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사유와 함께 묘한 유머를 선사합니다. 권해효, 이혜영, 송선미, 조윤희 등 노련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앙상블은 감독의 의도를 스크린 위에 비범한 호흡으로 그려내며 깊은 중층적 뉘앙스를 전달합니다.
영화는 한 중년 영화감독 병수(권해효)가 딸 정수(박미소)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이 소유한 4층짜리 건물을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는 딸을 위해 건물 내부를 소개받는 이들의 여정은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위와 함께 층층이 펼쳐집니다. 단순한 건물 구경인 듯 보이는 이들의 만남은 병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해옥이 정수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와인을 마시며 병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영화는 마치 주술에 걸린 듯, 이 건물을 중심으로 여러 시공간을 오가는 듯한 인상을 주며 관객을 혼란스럽고도 매혹적인 서사 속으로 이끕니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이야기는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전개되는데, 동일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장이 거듭될수록 캐릭터와 상황이 미묘하게 변주되며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탑'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적 건축술과 배우들의 변신술이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관계와 대화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스산하게 한 남자의 초상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뉴욕타임스 비평가는 '변주에서 오는 숭고하고 미묘한 통찰력'을 언급하며 영화의 깊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감독 병수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며, 그의 실체라는 '탑'을 쌓아 올리는 듯한 영화의 전개는 홍상수 영화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지점입니다. 익숙한 듯 낯선, 예측 불가능한 서사의 층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작은 순간들이 주는 멜랑콜리한 탐구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오롯이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탑'이 선사하는 사유의 공간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아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2022-11-03
배우 (Cast)
러닝타임
98분
연령등급
15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영화제작전원사